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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빠지면 섭섭하지”… 비행 중 맥주 한 잔, 심장에는 이런 영향

장시간 비행 중에는 기내에서 술을 제공하기도 한다. 실제로 많은 여행자들이 장시간 비행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기내에서 술을 마신다. 그런데 최근 비행 중 마시는 술이 심장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쾰른 항공우주의학연구소(institute of aerospace medicine in cologne) 연구팀은 일반 공기압 상태와 비행 중 기내 기압 상태의 두 가지 환경으로 참가자들을 분류하여 음주를 하게 한 실험을 통해, 비행 중 술을 마시고 잠이 들 경우 심장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흉부학(thorax)'에 게재했다.

비행 중 음주가 심장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비행기에서는 더 빨리 취한다

비행기에서 음주를 하는 경우 더 빨리 취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비행기에 탑승하면 지상에 있을 때보다 압력이 낮아져 취기를 느끼는 속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평소보다 낮은 압력은 신체가 산소를 흡수하기 어렵게 만들어 기내에서는 산소가 혈액으로 공급되는 양이 줄어든다. 혈액 내 산소 수치가 낮은 상태로 유지되면 ‘저산소증’이 생기고, 뇌에 공급되는 산소량이 줄어 더 빠르게 취한 것 같은 느낌이 들 수 있다. 일부 전문가는 실제로 비행기 안에서는 술에 2~3배 정도 빨리 취한다고 말한다. 비행기에 탑승해 있으면 물과 음식을 평소보다 적게 섭취하는 경향이 있고, 움직임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물을 마시는 양이 적으면 신체는 탈수 상태가 된다. 기내의 낮은 습도도 신체의 탈수 상태를 만드는 데에 일조한다. 이렇게 탈수 상태가 지속되는 중에 술을 마시면 혈중 알코올 농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숙취도 심해진다. 비행기에서는 낮은 기압 탓에 미각을 감지하는 기능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고, 복부팽만감과 불편감이 생겨 음식을 섭취하는 양이 줄어든다. 그러나 충분한 양의 식사를 하지 않고 음주를 하는 경우에는 체내에 알코올이 흡수되는 속도가 빨라진다. 술에 빠르게 취하는 것이다. 또한 기내에서 술을 마신 후에는 술에서 깨는 데도 오래 걸린다.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알코올 대사 작용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는데, 좁은 기내에서는 움직임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수분과 음식을 섭취하지 않아 화장실에 가는 횟수가 적어지는 것 역시 평소보다 움직이는 양을 줄이는 원인 중 하나다.다만 주변 환경의 변화가 신체에 미치는 영향은 사람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비행기에서 음주를 하더라도 기압의 변화에 둔감한 경우에는 차이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비행 중 음주, 혈중 산소농도 낮추고 심박수 올려 심장 건강 위협

독일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비행 중 음주가 술에 더 빨리 취하는 것에 더해 심장에 무리를 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18세에서 40세 사이의 성인 48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를 두 팀으로 나눠 한 팀은 일반적인 환경에서, 한 팀은 비행 중인 여객기 객실과 유사한 환경을 조성해서 이틀간 잠을 자도록 했다. 또한 한 팀 내에서도 절반은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로, 나머지 절반은 잠에 들기 전 맥주 두 캔 혹은 와인 두 잔을 마시게 했다. 그 결과 술을 마시지 않고 일반적인 환경에서 잠을 잔 사람들은 안정적인 혈중 산소농도와 평균 64bpm의 정상 심박수를 유지했다. 비행 환경에서 술을 마시지 않고 잠을 잔 사람들의 혈중 산소 농도는 88%, 심박수는 73bpm이었다.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에서도 비행 환경에서 잠을 잔 사람들은 혈중 산소농도가 떨어지고 심박수도 빨라진 것이다. 기내와 유사한 환경에서 술을 마시고 잔 실험군은 혈중 산소농도가 85%까지 떨어지고, 심박수는 평균 88bpm까지 증가했다. 술을 마시고 일반적인 환경에서 잠을 잔 사람의 산소농도는 95%, 심박수는 77bpm이었다는 점과 비교하면 기내의 낮은 압력이 체내 산소량과 심장 박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정상 범위에 속하는 혈중 산소농도는 평균적으로 94% 이상이며, 실험 대상이 속하는 20대에서 40대의 평균 심박수는 분당 60회에서 80회가량이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젊고 건강한 사람이라도 기내의 압력 상태에서 술을 마시고 잠을 자는 것은 심장에 상당한 무리를 줄 수 있다”라고 설명하며 “심장 또는 폐에 기저 질환이 있는 경우 (기내에서 술을 마신 상태로 잠을 자면) 산소 포화도가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응급상황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기내에서 발생하는 의료 응급 상황의 7%가 심혈관 증상을 보이며, 이 중 심정지로 인해 항공기가 회항한 비율은 58%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