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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도 알아채지 못하는 정서적 ‘가정폭력’...가볍게 생각해서는 안돼

가정 폭력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다. 하지만 그 심각성이 부각된 것은 현대에 들어서다. 특히, 2020년대 들어서 미디어에 각종 가정폭력에 대한 뉴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가정폭력이 존재하지만, 미디어에서 가장 많이 다루는 가정 폭력은 대부분 신체적인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비신체적 폭력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폭언과 가스라이팅이 대표적인 예인데, 가정폭력의 대상자도 알아채지 못하는 비신체적 가정폭력에 대해 하이닥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의사 권순모 원장(마음나래의원)이 자세히 설명했다.



가정폭력의 심각성이 점점 부각되고 있다



권순모 원장: 폭력은 사람에게 혐오스러운 자극을 고의적으로 하는 행동으로 정의합니다. 오랜 기간 동안 주로 신체적 형태로 나타나는 폭력에만 관심이 집중되었지만, 정서적인 면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정서적 폭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가정폭력은 매우 빈번하게 일어나는 폭력 행위 중 하나이지만, 우리나라의 문화상 다른 폭력에 비해 죄의식을 적게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이유로 피해에 비해 피해자의 고통이 과소평가되고, 이로 인해 2차 피해가 일어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가정에서 일어나는 대표적인 정서적 폭력은 욕설이나 모욕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언어폭력과, 상대방을 통제하고 조종하는 이른바 가스라이팅입니다. 물리적 힘을 동원하지 않고 외부에 어떤 흔적도 남지 않지만 지속적인 정서적 폭력은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남깁니다. 자존감의 하락과 우울, 불안감 등의 정서 변화가 일어나고 이차적으로 자신과 타인을 향한 분노감이나 무기력감, 감정 조절 문제, 심지어는 무감동과 같은 상태도 보일 수 있습니다. 이런 정서적 변화들은 일상생활 자체를 망가뜨릴 수 있고 낯선 환경에 대한 적응이나 새로운 대인관계를 맺는 데 있어서도 치명적인 역할을 합니다. 특히 이런 정서적 학대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부모와 자식 사이라면 아이는 공격자와의 동일시를 통해 또 다른 가해자가 되고 피해자를 만들 가능성이 생깁니다.



가정폭력, 가벼운 문제 아냐

가정 폭력에 대한 해결 방안을 위해 접근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문제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 것입니다. 폭력 사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피해자가 뭔가 잘못했겠지.”, “ 가해자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지.”등과 같은 일반적인 ‘피해자 책임전가(victim blaming)’ 말고도 가정 폭력에서는 '가족 간에 그럴 수도 있지', '이거 들쑤셔봐야 누워서 침 뱉기야'와 같은 피해자의 침묵을 강요하는 요소들이 존재합니다. 우리는 이런 폐쇄적이라는 특수성으로 통해 가정 폭력은 더 가벼운 폭력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훨씬 더 심각한 폭력임을 인지해야 합니다. 폭력은 그 자체만으로도 피해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상처를 남기지만,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무력감이 있거나 가스라이팅과 같이 내가 피해라는 의식조차 하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훨씬 커집니다. 여러 이유로 인해 직접 판단이 어렵다면 주변에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의 판단을 참고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물론 많은 피해자들이 대인관계도 단절되거나 매우 한정적인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이런 식의 접근도 어렵습니다. 현실적으로는 '내가 가정 폭력의 피해자인가?'에서 시작해서 접근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우선은 ‘나는 왜 우울하지?’, ‘다른 사람들도 원래 이렇게 불안한가?’ ‘남편(아내)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이런 것까지 감수해야 되는 걸까?’ 와 같은 불편감에 대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접근은 피해자의 감정적인 회복을 통해 스스로의 피해 상황 극복을 도모할 수 있고 최소한 도움이 필요함을 외부로 알리고 본인도 인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권순모 원장 (마음나래의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